No. 4· behind-the-music
idle()의 여섯 시리즈 — 이름에 코드를 넣은 이유를 읽는 법
idle()의 곡은 여섯 개의 시리즈로 나뉩니다. late_night.lofi부터 night_mode // not_alone까지 이름을 읽는 법, 곡 번호의 규칙, 싱글이 앨범이 되는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idle() 사이트에서 곡 목록을 보다 보면 낯선 이름들이 눈에 걸립니다. late_night.lofi, rest() { chill(); }, undefined → known. 곡 제목이 아니라 곡들을 묶는 이름, 우리가 시리즈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 글은 시리즈가 무엇이고, 이름은 어떻게 읽으면 좋은지, 곡 번호와 앨범은 시리즈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설명합니다.
먼저 밝혀 둘 것이 있습니다. 이 글은 사이트에 공개된 정보와 곡 번호 규칙을 바탕으로 하며, 이름을 처음 지을 때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아서 쓰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읽는 법은 개발자가 코드를 읽는 습관에서 가져온 해석입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음악은 AI(Suno)로 만들고, 가사는 AI 초안을 사람이 검토합니다.
시리즈는 곡을 묶는 이름표다

사이트에 공개된 시리즈 여섯 개. 장르와 주제는 사이트 소개 문서에 적힌 그대로이고, 금색 테두리는 지금까지 싱글이 나온 시리즈다.
시리즈는 장르와 정서의 이름표입니다. 한 곡이 어떤 소리로, 어떤 마음에 닿으려고 만들어졌는지를 이름 하나로 알려 줍니다. 사이트에 공개된 여섯 시리즈는 다음과 같습니다.
be still;— 힐링, 주제는 고요late_night.lofi— 로파이, 주제는 늦은 밤 퇴근길rest() { chill(); }— 칠, 주제는 오늘도 충분히 했다는 말grace_in_the_loop— 앰비언트, 주제는 반복 속의 은혜undefined → known— 로파이, 주제는 모르던 것이 알려지는 순간night_mode // not_alone— 힐링, 주제는 혼자인 것 같은 밤
이 가운데 지금까지 곡이 나온 시리즈는 둘입니다. late_night.lofi에서는 「still compiling」, undefined → known에서는 「good morning, world」가 싱글로 나왔습니다. 여섯 목록 밖에는 앨범 이름으로 쓰인 dear(you);가 따로 있고, 열 곡짜리 앨범이 되었습니다. 나머지 네 시리즈는 이름과 주제만 공개되어 있고 발매된 곡은 아직 없으므로, 이 글에서도 이름과 주제 이상은 말하지 않습니다.
이름을 읽는 법: 코드를 읽듯이
여섯 시리즈의 이름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을 닮았습니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읽을 수 있도록, 한 줄씩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적어 봅니다. 아래는 어디까지나 읽는 법이고, 이름을 지은 의도를 증명하는 설명은 아닙니다.
late_night.lofi는 파일 이름처럼 보입니다. 점 뒤에 확장자가 붙어 있고, 그 확장자가 장르 이름입니다. 늦은 밤이라는 이름의 파일을 열면 로파이가 나온다는 식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나온 싱글 「still compiling」은 사이트 소개 문서에서 빌드가 끝나기 전에는 퇴근할 수 없었던 밤을 위한 로파이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be still;은 문장 끝에 세미콜론이 붙은 한 줄입니다. 세미콜론은 많은 언어에서 문장이 여기서 끝난다는 표시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한 줄의 명령으로 끝나고, 더는 덧붙일 것이 없다는 인상을 줍니다. 주제는 고요입니다.
rest() { chill(); }는 함수입니다. 쉬는 일(rest)이라는 함수의 몸통 안에서 느긋하게 있기(chill)라는 함수를 부릅니다. 쉬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일이고, 그 일이 곧 느긋함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주제인 「오늘도 충분히 했다」와 맞닿아 있습니다.
grace_in_the_loop는 반복문을 떠올리게 합니다. 코드에서 루프는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구조이고, 개발자의 하루도 되풀이로 채워지기 쉽습니다. 그 되풀이 안에 은혜가 들어 있다는 것이 주제입니다. 장르가 앰비언트인 것도 어울립니다. 앰비언트는 멜로디보다 공간과 질감으로 이야기하는 음악이고, 비슷한 소리가 길게 이어지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undefined → known은 자바스크립트를 아는 사람이라면 바로 읽습니다. 값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가 undefined이고, 거기서 알려진 값으로 바뀌는 순간을 화살표로 나타냈습니다. 주제는 모르던 것이 알려지는 순간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나온 싱글 「good morning, world」는 사이트 소개에서 밝고 희망적인 로파이로 설명됩니다. 제목은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울 때 화면에 띄우는 「Hello, world」를 닮았습니다.
night_mode // not_alone은 두 부분입니다. 앞의 night_mode는 화면을 어둡게 바꾸는 설정 이름이고, 뒤의 //는 많은 언어에서 주석을 시작하는 기호입니다. 코드 옆에 조용히 적어 두는 한마디라는 뜻입니다. 밤 모드로 바꾼 화면 옆에, 혼자가 아니라는 메모가 적혀 있는 풍경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첫 앨범의 이름도 같은 문법입니다. dear(you);는 함수 호출처럼 you를 인자로 넘기는 한 줄입니다. 받는 사람을 괄호 안에 적은 편지의 첫 줄이기도 합니다. 브랜드 이름 ipe()와 슬로건 ipe(); // be still도 같은 방식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모든 이름이 한 언어를 쓰고 있는 셈입니다.
곡 번호 읽는 법

곡 번호의 두 종류. 앨범에 속한 곡은 주소처럼, 낱개 싱글은 시리즈 글자와 순번으로 부른다.
시리즈는 곡 번호에도 나타납니다. 곡 번호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앨범에 속한 곡은 시즌, 앨범, 트랙의 세 칸으로 된 주소를 가집니다. 첫 앨범의 세 번째 곡은 S1A1.03입니다. S1은 시즌 1, A1은 그 시즌의 첫 앨범, 03은 앨범 안의 세 번째 트랙입니다. 이 번호는 곡이 앨범 안에서 놓인 순서, 곧 이야기의 순서이기도 합니다.
아직 앨범에 묶이지 않은 낱개 싱글은 시리즈의 첫 글자에 순번을 붙입니다. late_night.lofi의 N-001, undefined → known의 U-001이 그 예입니다. N은 늦은 밤을 뜻하는 night에서, U는 undefined에서 왔습니다. 시리즈마다 접두 글자가 하나씩 정해져 있어서, 번호만 봐도 어느 시리즈의 곡인지 알 수 있습니다. 싱글이 앨범에 편입되면 앨범 코드로 번호를 옮기고, 한 번 준 번호는 다시 쓰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싱글이 앨범이 되는 길

싱글을 하나씩 내고, 곡이 충분히 쌓이면 앨범으로 묶는다는 방향.
우리가 정해 둔 발매 방향은 싱글을 하나씩 내고, 곡이 충분히 쌓이면 앨범으로 묶는 것입니다. dear(you); vol.1이 그렇게 묶인 첫 앨범입니다. 이 앨범은 열 곡이 모두 영어 버전과 한국어 버전으로 발매되어 있고, 곡 번호는 S1A1.01부터 S1A1.10까지입니다.
앨범 곡이 되면 곡은 주소를 갖게 되는데, 이 주소는 하루의 시간대와도 이어져 있습니다. 시즌 1은 개발자의 하루 한 바퀴를 네 개의 앨범으로 나눕니다. 밤, 새벽, 오전, 저녁입니다. 첫 앨범인 dear(you); vol.1은 그중 잠들기 전의 밤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앨범 번호가 바뀌면 하루의 다른 시간대로 넘어갑니다.
이 이름들이 하는 일
시리즈 이름은 곡을 찾는 데에도 쓰이지만, 더 중요한 일은 기대를 맞춰 주는 것입니다. 늦은 밤 퇴근길의 로파이를 찾는 사람은 late_night.lofi를, 오늘은 그냥 쉬고 싶은 사람은 rest() { chill(); }를 열어 보면 됩니다. 우리가 떠올리는 청취자는 개발자와 집중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코드를 읽는 눈으로 한 번 더 읽을 수 있는 이름이라면, 낯선 곡 앞에서도 조금은 덜 낯설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다만 이 마지막 문단은 우리의 바람이고, 이름을 그렇게 지은 이유로 기록된 것은 아닙니다.
들어 보기
이 글에 나온 두 싱글과 앨범의 첫 곡입니다.
- N-001 still compiling — 한국어 버전 · 영어 버전
- U-001 good morning, world — 한국어 버전 · 영어 버전
- S1A1.01 오늘도 많이 힘들었지? / Hard Day Again, Wasn't It? — 한국어 버전 · 영어 버전
곡은 idle() 홈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시리즈마다 어떤 곡이 있는지는 곡이 나올 때마다 이 저널에서 한 곡씩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