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 behind-the-music
AI 로파이 한 곡이 나오기까지
idle()의 AI 로파이 한 곡이 가사에서 발매까지 가는 과정. 누가 무엇을 넘기고 어디서 확인하는지, AI로 만든다는 사실을 어떻게 밝히는지 정리했습니다.

dear(you); vol.1의 커버. 이 앨범의 열 곡은 아래에서 설명하는 순서를 기준으로 만들었다.
이 로파이는 AI가 만든 건가요? 네, AI(Suno)로 만듭니다. 가사에서 발매까지 다섯 번의 인계와, 그 안에서 사람이 맡는 자리를 적었습니다. idle()의 곡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한 줄로 답하면 「AI로 만든다」이지만, 그 한 줄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인계와 확인이 들어 있습니다. 이 글은 우리가 정해 둔 제작 순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서 설명합니다. 정해 둔 절차를 소개하는 글이므로, 모든 곡이 한 번도 어긋남 없이 똑같이 흘러갔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적어 둡니다.
가장 먼저 밝혀 둘 것은 이것입니다. 음악은 AI(Suno)로 만들고, 가사는 AI 초안을 사람이 검토합니다. 이 글의 나머지는 그 문장이 실제로 어떤 모양의 작업인지를 설명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다섯 번의 인계

한 곡이 지나가는 다섯 단계. 네 번째 단계인 검수는 건너뛸 수 없는 관문이다.
곡 하나는 다섯 단계를 거칩니다. 가사, 음악, 비주얼, 검수, 발매. 앞 단계가 끝나야 다음 단계가 시작되고, 단계가 바뀔 때마다 담당이 바뀝니다. 담당이 바뀌는 지점을 우리는 인계라고 부릅니다. 이 글에서는 곡이 시작되기 전의 기획까지 더해 그 지점을 따라갑니다. 인계는 대화가 아니라 파일과 상태로 이루어집니다. 가사 담당이 곡 파일을 완성해 「작곡 요청」 상태로 바꾸면, 음악 담당이 그 파일을 읽고 작업을 시작하는 식입니다. 사람이든 AI든, 누가 어떤 상태의 파일을 넘겼는지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중간에 맥락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곡이 지나가는 상태값도 정해져 있습니다. 가사가 처음 생기면 「초안」, 톤과 감정의 흐름을 다듬는 동안은 「다듬는 중」, 음악 담당에게 넘기면 「작곡 요청」, 음원을 만드는 동안은 「작곡 중」이고, 마지막으로 검수를 통과해야 「발매」가 됩니다. 이 상태판 하나만 보면 어떤 곡이 지금 누구의 손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0단계 — 기획: 곡보다 먼저 앨범이 있다
첫 단계는 사실 곡이 아니라 앨범을 정하는 일입니다. 앨범의 컨셉과 트랙의 순서, 감정의 흐름을 먼저 그립니다. dear(you); vol.1의 경우 「오늘도 버텨낸 당신에게 보내는 열 통의 편지」라는 컨셉 아래 공감, 이해, 불안, 안심, 쉼, 연결, 감사, 인정, 희망, 평온이라는 열 단계의 흐름이 먼저 정해졌고, 각 곡은 그 흐름에서 맡은 자리를 받아 가사 단계로 넘어갑니다. 곡 하나가 홀로 시작하지 않고 앨범 안의 한 칸으로 시작한다는 점이, 곡들의 구조가 서로 닮은 데에 한몫했다고 봅니다.
1단계 — 가사: 한 곡, 두 버전
가사 단계의 산출물은 곡 파일 하나입니다. 이 파일 안에 주제와 분위기, 이야기, 그리고 두 버전의 가사가 들어갑니다. 한국어가 메인인 버전과 영어가 메인인 버전입니다. 한국어 쪽이 원안이고, 영어 쪽은 단어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말투와 정서를 옮기는 의역으로 씁니다. AI가 직역한 가사를 그대로 부르면 운율과 감정이 깨져 곡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두 버전의 규칙. 한 버전은 한 언어로 부르고, 반대 언어는 속삭임으로만 얹는다.
여기서 우리가 지키는 원칙은 한 줄입니다. 부르는 가사는 한 버전에 한 언어로 고정하고, 번역은 자막으로 제공한다. 직역한 가사를 억지로 부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대신 반대 언어는 속삭임으로만 짧게 얹습니다. 영어 버전에는 한국어 한마디가, 한국어 버전에는 영어 한마디가 들어가는 식입니다. 이 속삭임이 두 버전을 한 곡으로 묶어 주는 이음매 역할을 합니다.
가사 단계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곡의 맨 끝에 「ipe. be still」을 넣는 일입니다. 영어로 고정한 한 호흡의 속삭임이고, dear(you); 앨범부터 모든 곡이 이 말로 끝납니다. 가사 담당은 이 시그니처까지 넣어야 파일을 완성으로 보고 음악 담당에게 넘길 수 있습니다.
2단계 — 음악: 가사에서 소리로
음악 담당은 넘겨받은 가사 파일에서 제작 패키지를 만듭니다. 패키지에는 두 버전 각각의 부르는 가사와 스타일 프롬프트가 들어갑니다. 장르, 악기, 보컬의 성격, 믹스의 질감을 글로 적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앨범 첫 곡에는 Ambient Lo-fi라는 장르에 Soft Piano, Warm Guitar, Gentle Pads, Vinyl Noise, Light Rain Ambience가 적혀 있고, 보컬은 영어 버전이 감미로운 여성, 한국어 버전이 다정한 남성입니다.
이 패키지를 가지고 AI 음악 도구인 Suno에서 음원과 보컬을 생성합니다. 한 번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여러 번 생성해 보고 마음에 드는 하나를 확정합니다. 그렇게 확정한 버전이 곡의 음원이 됩니다. 영상에 자막을 넣을 곡은 확정된 음원을 기준으로 자막 파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생성할 때마다 타이밍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막은 반드시 확정본에서 받아야 한다는 규칙을 작업 절차에 적어 두었습니다.
번역은 여기서 자막으로 들어옵니다. 유튜브에서는 시청자가 켜야 보이는 자막과 영상에 아예 새겨 넣는 자막,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한국어 가사는 유튜브의 자동 동기화가 지원되지 않아 직접 자막 파일을 올려야 하고, 가사를 강조하고 싶은 곡은 자막을 영상에 새겨 넣는 가사 영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언어마다 커버와 자막 파일을 따로 두는 것도 이 단계의 규칙입니다.
3단계 — 비주얼: 소리에 얼굴을 주기
음원이 확정되면 비주얼 담당이 커버와 유튜브 썸네일, 필요하면 영상 배경 루프를 만듭니다. 이때 입력으로 받는 것은 곡의 컨셉과 음원, 그리고 그 곡이 속한 시간대의 톤입니다. 시즌 1은 하루를 밤, 새벽, 오전, 저녁의 네 앨범으로 나누는 구조라서, 같은 앨범의 곡들은 같은 시간대의 색을 공유합니다.
비주얼에는 몇 가지 고정 규칙이 있습니다. 팔레트는 짙은 남색과 따뜻한 금색, 세이지 그린, 크림색을 중심으로 하고, 글자는 코드 에디터를 떠올리게 하는 고정폭 서체를 씁니다. 커버에 들어가는 글자는 영어가 주인공이고 한국어가 보조입니다. 앨범 첫 곡의 커버를 보면 영어 제목이 크게, 한국어 제목이 그 아래 작게 놓여 있습니다.
4단계 — 검수: 건너뛸 수 없는 관문
가사, 음원, 커버, 썸네일, 사이트의 릴리스 카드가 모두 갖춰지면 발매 직전에 검수가 열립니다. 이 관문은 생략할 수 없습니다. 검수는 두 시선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품질과 위험을 보는 시선입니다. 음질에 이상이 없는지, 가사와 음원의 언어와 보컬이 일치하는지(영어 버전은 여성, 한국어 버전은 남성), 감정의 흐름과 트랙 순서가 앨범 기획과 맞는지, AI 사용 표시나 표절 같은 저작권 위험은 없는지, 링크와 메타데이터는 정확한지를 확인합니다. 다른 하나는 브랜드의 시선입니다. 팔레트와 서체, 「소음 이전의 고요」라는 톤, 커버의 언어 위계를 봅니다.
이 중에서도 되돌릴 수 없는 항목이 몇 개 있습니다. 곡 맨 끝에 「ipe. be still」 시그니처가 있는지, 커버와 썸네일의 언어 위계가 지켜졌는지, 사이트 릴리스 카드의 링크와 언어가 맞는지입니다. 시그니처가 빠졌다면 곡은 그대로 돌려보내져 수정한 뒤 다시 검수를 받습니다. 검수 담당은 문제를 지적할 뿐 가사를 직접 고치지 않습니다. 고치는 일은 처음 만든 담당의 몫입니다. 확인하는 사람과 만든 사람을 분리해 두는 것이 이 관문의 핵심입니다.
5단계 — 발매: 올리고, 연결하고, 기록하기
검수를 통과하면 음악 담당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필요한 곡은 스트리밍 서비스 배포를 진행합니다. 업로드할 때는 AI로 만든 콘텐츠라는 표시를 확인하는 단계가 포함됩니다. 그다음 곡의 상태가 「발매」로 바뀌고, 유튜브 링크가 곡 상태판에 적히고, 이 사이트의 릴리스 카드와 요약 문서가 갱신됩니다. 곡 하나가 끝난 것처럼 보여도, 링크가 여러 곳에서 서로 맞는지 맞춰 보는 일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습니다.
발매 방식은 처음부터 싱글을 하나씩 올려 채널을 꾸준히 움직이게 하고, 한 시리즈가 충분히 쌓이면 앨범으로 묶는 하이브리드입니다. dear(you); vol.1의 열 곡은 모두 영어 버전과 한국어 버전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 앨범 전체를 한 번에 듣는 긴 풀 앨범 영상도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
왜 AI로 만든다는 사실을 앞에 두는가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결국 하나입니다.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왜 굳이 드러내느냐는 것입니다. 우리의 대답은 단순합니다. 숨길 이유가 없고, 숨기지 않는 쪽이 오래 가기 때문입니다. 보컬을 AI로 만드는 방식은 작업 원칙에 가장 기본 선택지로 적혀 있고, 그 이유 중 하나가 「AI 제작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브랜드의 컨셉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방향을 정하고, 초안을 읽고 검토하고 고르는 일입니다. AI가 하는 일은 초안과 소리를 빠르게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두 일을 섞어서 말하지 않고, 각각 무엇을 맡는지 이렇게 적어 두는 것이 우리의 약속입니다.
들어 보기
이 글에서 설명한 순서를 기준으로 만든 dear(you); vol.1의 열 곡입니다. 모두 영어 버전과 한국어 버전이 유튜브에 있습니다.
- S1A1.01 오늘도 많이 힘들었지? / Hard Day Again, Wasn't It? — 한국어 버전 · 영어 버전
- S1A1.02 괜찮아, 천천히 말해봐. / It's Okay, Take Your Time. — 한국어 버전 · 영어 버전
- S1A1.03 나도 무서웠어. / I Was Scared, Too. — 한국어 버전 · 영어 버전
- S1A1.04 너는 아직 빛나고 있어. / You're Still Shining. — 한국어 버전 · 영어 버전
- S1A1.05 잠깐 쉬어가도 돼. / It's Okay to Rest a While. — 한국어 버전 · 영어 버전
- S1A1.06 혼자가 아니야. / You're Not Alone. — 한국어 버전 · 영어 버전
- S1A1.07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 I'm Glad You're Here. — 한국어 버전 · 영어 버전
- S1A1.08 오늘도 충분했어. / You Were Enough Today. — 한국어 버전 · 영어 버전
- S1A1.09 내일은 조금 웃자. / Let's Smile a Little Tomorrow. — 한국어 버전 · 영어 버전
- S1A1.10 오늘도... 정말 고생했어. / You Did So Well Today. — 한국어 버전 · 영어 버전
채널 전체는 유튜브 ipe-rest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곡 하나를 들을 때 보이는 것이 조금 달라지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에 들리는 속삭임 한 줄 뒤에는 가사에서 발매까지 이어지는 다섯 단계와, 건너뛸 수 없는 한 번의 확인이 있습니다. 곡은 idle() 홈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